본문 바로가기

삶의 쉼터/소소한 일상

발길 닿는 대로 남도기행 11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며 보니 구름에 잠긴 풍경이 일품이다.

이 계절의 이 날씨가 아니면 보기 힘들 것 같으니, 어쩌면 이때 온 게 행운일지도.

모노레일에서 내리니 벽면에 시가 걸려 있다.

땅끝에 관한 시가 이리도 많았나?

걸어서 내려가다 보니 시비들도 여럿 서 있다.

시어들이 가슴을 친다.

난 여기에 무엇을 버리러 왔나? 모르겠다.

무언가 버려야 하나? 꼭 버려야 하나?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상처는 덮어두면 다 낫는가?

낫기는커녕 해묵어 다 곪아버렸다.

어떻게 해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 내려간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며 바라본 모습

 

모노레일 승강장에 내리니 시가 맞아준다.

 

편도 3천원, 왕복 4천원. 편도를 끊어 걸어 내려간다.

다만 바닷바람에 찢어지는 깃발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 빗물에 얼룩진 창 너머로 송호리 해수욕장이 보인다. 아름다운 해변이다.

 

땅끝에서 광주 가는 버스가 있다. 2시 차에 오른다.

광주까지 가는 2시간 30분 동안 정신없이 방아를 찧는다.;;;

광주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전에 가 본 게 아마....10년 하고도 몇 년쯤 되는 것 같다. ;;;

십 분 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지만,  그 다음 차 표를 끊는다.

100분이 남는다. 주변을 조금 돌아다녀볼까 했는데, 가볼 곳이 없다.

지하 식당가로 내려가 밥을 먹는다. 역시 푸짐하다.

잠시 인터넷을 하다가 버스에 오른다.

용인까지 3시간 30분 거리지만, 중간에 교통사고 체증으로 10분 더 걸렸다.

그렇게 겨울의 짧은 여행은 정신없이 바쁘게 끝났다.

홀가분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나를 망가뜨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여행은 갈 만한 거다.

 

 

광주 터미널에 놓여 있던 자동차. 왜 있는지는 모르겠다. 

 5천원짜리 김치찌개 백반

식당에서 본 잎새주.

광주 사람들도 잘 모른다는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편의점에 가봤더니 팔고 있었다.

기념품 대신 구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