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옆에 1년 넘게 비어 있던 땅.
서울에서 1년 이상 공터로 남아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사람들 눈에 땅은 돈으로 보일 테니까.
지난 여름 옥수수도 키워내고 해바라기도 피워내던 그 땅.
햇살 받으며 풀내음 풍기던 그 공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언제까지고 공터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봄부터 날마다 날마다 시끄러운 소음을 울리며 공사를 하더니
건물이 거의 다 올라갔다.
이제 마무리 공사만 남은 듯하다.
번듯한 오피스 건물이 두 채.
몇십년 만에 햇볕을 다시 만나 생명을 키워내던 그 땅은
이제 다시 또 콘크리트 밑에 묻혀버렸다.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건물 공사 중에 봐 버렸다.
보도블럭 밑에는 그래도 땅이 있을 거라 믿었는데,
보도블럭 그 좁은 틈새로 빗물이 흘러들 거라 믿었는데,
최소한 한 방울 빗물이라도 하수도가 아닌 땅으로 스며들 거라 생각했던 게 어리석었다.
보도블럭 밑으로 불과 10여센티.
거기에는 물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콘크리트막이 하나 더 있었다.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면 홍수가 나고 지하수가 고갈되는 건 자명한 이치이지만
도시에서는 아무도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건축이란 건 그저 겉보기에만 좋으면 그만인가 보다.
어느 동네에나 아이들이 뛰어오는 공터 하나씩 있던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