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벙커보다 깊은 요즘이다 보니 기껏 찍어 온 사진들도 정리하는 데 며칠씩이나 걸린다...
지난주 약간 흐린 날, 이번에야말로 숨은벽능선을 가보리라 다짐하며 집을 나섰으나...
때는 이미 오후라 애초에 불가능했다는...ㅡㅡ;
밤골에 도착해 보니 산야가 온통 꽃 수를 놓은 듯 아름다웠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카메라로는 다 포착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
그야말로 금수강산이다.
처음 가 보는 계곡길. 흐린 하늘과 꽃의 빛깔이 어우러져 몽롱한 것이...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도화인지 뭔지 알 길 없는 ㅡㅡㅋ
이건 수수꽃다리?
산 입구에 국사당이라는 당집이 있다. 안에서 장구 소리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꽃잎으로 뒤덮인 국사당 앞
나무는 계곡에 꽃잎을 떨구고...
그날의 아름다움은 사진보다 더하건만...
그래도 그 몽롱한 계곡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는 건 고물 디카 덕분 ㅡㅡㅋ
진달래 꽃잎도 떨어져 계곡물을 수놓았다.
도롱뇽 알집 발견.
지난달 체험학습 갔을 때는 낳은 지 얼마 안 된 알이었는데, 이제는 멸치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잘 아는 분께 물었더니 곧 태어날 듯하다고...어쩌면 지금쯤은 알집을 나와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멀리 산이 보인다. 어느 게 백운대인지 모르겠다. ㅡㅡ;;
길 한복판에 자란 어린 나무.
하긴...애초에 여기는 길이 아니라 나무들의 보금자리이니
나무가 길에 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무의 안방을 밟고 지나는 것일 터이다.
진달래꽃 융단을 깐 산길. 보기만 해도 폭신폭신 부드럽다.
약~~간 험한 바윗길을 오르며...내가 찍었지만 왠지 예술? ㅋㅋ
봉우리가 좀 더 가깝게 다가왔다. 저 가운데 날카로운 바위능선이 숨은벽인가??
가봤어야 알지...ㅡ.ㅡ
갈길을 막는 바위를 돌아 위로 올라서 보니, 자연이 또 예술을 펼쳐 놓았다.
조금 더 지나....도저히 맨손으로는 오를 수 없는 암봉 출현.
우회로(<--) 표시를 보고 나서...右회해 버린...ㅡㅡ;;;
발밑은 의지할 곳 없는 낭떠러지인데 중간에 튼실한 소나무가 버티어주고 있다.
다섯갈래로 뻗은 밑둥을 찍어놓고 보니 불가사리 같기도 하고...거기에 나무집을 짓고 싶기도 하고 ^^;;
목표 지점이 거의 코앞인 듯하지만...시간은 이미 5시를 넘기고 있었다.ㅡㅡ;
별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는데...
산속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겨???
그저 길 하나를 살짝 옆으로 들었을 뿐...길은 험해지고...
군사훈련지역이라는 푯말과 함께 철조망이 처져 있어 우회로를 찾아 헤맨다.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어째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ㅠㅠ
이건 뭐라는 식물이지???
요건 나중에 물어보니 애기나리인 것 같다 하시던데...
가도 가도 끝없는 철조망에, 어찌어찌 개구멍으로 들어가 산속을 헤맨 끝에 다다른 곳...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도 군사훈련지역 안이었다는...ㅠㅠ
이거 설마 군사기밀 누설로 잡혀 가는 건 아니겠지??
출렁다리가 걸려 있다. 그냥 계곡으로 돌아 내려간다.
(출렁다리 싫은데...나중에 다시 왕복하게 될 줄이야.)
계곡 물 속에 이상한 것이 있어 꺼내 보았다. 나뭇가지에 말랑말랑 달팽이 같기도 하고 젤리 같기도 한 것이 붙어 있다.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대체 뭐지???
계곡에서 바라보니 다리가 썩 괜찮은 그림이 된다. 군사 기밀이 아니길....ㅡㅡ;;;
바위에 흰 꽃은 돌단풍.
나중에 아래쪽 계곡에서도 돌단풍을 흔하게 봤다.
맑은 물....여기가 개방된 등산로였다면 저 맑기는 아마 유지할 수 없을듯.
드디어 포장된 길이 나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바위 틈마다 흰 돌단풍이 반긴다.
멋지게 드러누운 소나무
솜꽃이 핀 버들개지
이곳에서 약초 캐는 부부를 만났다. 초병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니 다른 길을 찾아서 가야 한다고...ㅠㅠ
한참 돌긴 했지만, 그 부부 덕분에 산속을 헤매지 않고 살아나왔으니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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