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터/북한산탐방

길...북한산 길...

-달 곰- 2009. 8. 2. 01:20

벌써 며칠이 지났네요.

거의 석달 만에 북한산에 다녀왔습니다.

갖가지 모습의 숲길이 눈을 잡아끌더군요.

 

아직은 콩알(?)만 한 작은 밤송이들....

산 입구의 잘 가꾸어진 길.

(작은 사진은 구기터널 앞 계곡입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는 곳이지만, 들어갈 수는 있죠.

침입자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습니다.)

 

평소 사람이 다니는 길을 따라갑니다.

바위 틈을 졸졸 흐르는 냇물도 만나고, 나무토막에 이끼가 덮인 예술품도 만나고, 소복소복 돋아난 풀더미도 만납니다.

길은 때로 쓰러진 나무에 막히기도 하지만....

 

 뚫고 지나가 보면 또 새로운 비경이 펼쳐집니다.

누가 만들어놓았을까요?

계곡 한가운데에 탁자와 의자 모양으로 돌이 둘러앉아 있네요.

너구리들이 회의라도 한 걸까요? ^^;

막다른 곳에서 비밀스런 폭포를 만납니다.

당집처럼 색색 천도 묶여 있고, 모래밭 가장자리에는 고운 진흙이 깔려 있습니다.

모기 물려 가려운 곳에 진흙을 발랐더니 금방 가라앉더군요.

사람의 길이 아닌 걸로 보이는 좁은 짐승길을 피해 다시 고~

무심코 밟을 뻔한 금빛 풍뎅이(?)는 죽은 척~ 꼼짝을 안 합니다.

 소나기가 지나간 후라 싱그러움이 넘치는 숲길.

좁지만 갈 만해 보입니다. 걷다 보니 계곡에 왠 벽돌...ㅡㅡ;;;

자연 동굴도 보이네요. 꽤 넓어 보이는데, 저기 살려면 서지는 못하겠습니다. ㅎ

저것은 익모초든가? 암튼 약초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처음 보는 좁은 길을 헤치고 가다 보니 낯선 장소가 나왔습니다.

바닥 여기저기 병 조각들이 널린 곳을 지나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나가 보니...

바닥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고, 바위는 시커멓게 그을렸네요.

어떤 썩을 것들이 ㅡ,.ㅡ

제눈엔 저 바위가 꼭 화석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부서지기 쉬운 돌이 길을 이룬 곳.

여기저기 자라나는 버섯들.

대부분은 먹지 못할 버섯이지만, 오랜만에 솔버섯을 만났습니다.

한 30년 만이긴 하지만, 소나무 근처에서만 자라는 솔버섯이 맞는 것 같아요.

따 올까 하다가 하나 갖고 뭐 하랴 싶어서 패쑤~

초록 바다에 우산이 다이빙을 했네요.

 거인이 누워 자는 듯한 바위...

어두운 하늘 아래로 뻗는 바윗길.

 나무는 하늘에 이르는 영혼의 길이라든가 뭐라든가...

갑자기 세계수 생각이..ㅡㅡㅋ

산에서는 비둘기도 까마귀 포스를 뿜어냅니다.

 사람들 발길에 다져진 길.

속세는 안개에 뿌옇게 갇혀 있습니다.

저 멀리 '커다란 개집'도 보이던데, 사진이 뿌옇고 작아서 안 나오네요.

산기슭까지 다 파먹겠다고 삽질을 해대는 인간세상...

산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면 머리 맞대고 키재기하는 도토리들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걷는 내내 '군자대로행'이란 말과, 그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늙은 족제비  생각이 나더군요.

가야 할 길을 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일은 없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