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터/소소한 일상

여의도 벚꽃축제에 가다

-달 곰- 2009. 4. 12. 23:19

어디론가 소풍을 가고 싶었던 봄날.

화창한 토요일에 김밥을 싸 들고 집을 나섰다.

한낮의 4월은 여름 날씨다.

5월에나 피던 라일락이 벌써 소복히 피어나고, 반팔 차림이 자연스럽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허위허위 여의도로...

 

메인 이벤트 : 여의도 공원에서 소풍을~

부 이벤트 : 개집 구경도 할 겸 판넬도 볼 겸~

 

여의나루 역에 내리자 화사한 꽃길이 펼쳐진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

 

여의도공원에 도착해 다리를 쉰다. 대목을 노린 노점들이 눈에 띈다. 솜사탕, 냉커피 등등...

단속이 오면 피했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여러 차례... 서민은 살지 말라는 이 나라 이 도시의 일면이랄까. ;; 

 

나무 밑에 누워 바라본 나무와 하늘.

 

바로 앞자리에 조용히 앉아 계시는 부부. 가만히 자연 속에 녹아든 모습으로 앉아 있다가 조용히 청소를 하고 일어나 가셨다. 떠난 자리가 깨끗했다. 감동스런 모습이라 몰카 한 컷.

 

위 사진의 노부부와 대조되는 모습. 할배들 셋이 시끄럽게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주에 가무까지...ㅡ.ㅡ

자리를 뜰 때 깨끗이 치우고 가셔서 봐 드리기로 했으나, 포토고발에 내볼까도 했음.

그나저나, 이 나라 노인 문화라는 게, 셋이 모여 할 게 술 마시고 춤 추고 고성방가하는 것밖에 없는 건가 싶어서 씁쓸. 평균연령이 점점 높아 가는데, 대책은 없는 건지. 노인들의 의식을 바꾸고 싶다면, 이런 데서부터 뭔가를 해야 하는 거 아닐지...

 

공원 반대쪽 끝의 맞은편...민주노총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미리 알지 못한 데다가 다 끝날 때쯤 도착해서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받은 풍선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없앤대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국개의사당...벚꽃축제 기간에는 개방이란다. 덕분에 잡견이 200마리도 넘게 산다는 개집 구경도 하고...ㅋ

 

저 동상에 세로로 <평화와 번영의 상>이라 쓰여 있다. 어이 없어서 코웃음이 났다. ㅡ.ㅡ

 

 저 상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왼쪽으로~ (좌빨이라 하겠군..ㅡ.ㅡ) 판넬전이 한창이다.

 

잠시 꽃 향기에 홀렸다가~

 

자리 펴고 앉아 아픈 다리 쉬는데...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 분이 서명을 받고 계신다.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움직이지 않고 몇 시간을 서 있는 건 젊은 사람한테도 중노동인데....ㅠㅠ 10분만 앉아 쉬시라고 교대를 해 드렸다. 서명을 받다가 보니, 쉬시긴커녕 전단지를 돌리고 계신다. ㅠㅠ

 

20~30분 서명 받는 걸 돕다가 자리를 뜬다. 가야 할 곳이 남았으므로...저 넓은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오며가며 시민들은 판넬도 훑어보고 서명에도 동참한다.

 

지하철 타러 여의도역으로 가던 중... 천막시위 하는 곳 발견. 예전에 진중권 교수가 '겸임교수'라는 자기 직책에 대해...사실을 말하자면 비정규직이라 했었는데...

 

다들 박사는 기본으로 땄을 텐데...비정규직...남의 문제가 아니다. 결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