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터/북한산탐방

안개비 속 북한산

-달 곰- 2009. 3. 21. 23:52

기나긴 겨울 동안 가지 못했던 북한산을 찾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북한산. 산꼭대기가 안개에 감싸여 있다.

 

산의 경관을 가로막은 공사현장. 정말 산에 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정 뚝 떨어지는 공사장.

산 중턱까지 볼품없는 아파트가 삐죽삐죽 들어서 가뜩이나 잠식당한 산허리를 더욱 망쳐놓고 있다.

 

뒤에 멀쩡한 산 두고 인공으로 꾸며 놓는 건 뭔지 ㅡㅡ;

 

산 초입에서... 찔레나무에 새순이 돋았다. 한차례 비가 내린 뒤라 물방울을 머금고 있다.

 

통나무 더미 속에서 고개를 내민 애기똥풀.

 

물방울 머금어 싱그러운 진달래.

 

잘못 밟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땅 위에 폭신한 솔잎. 아픈 발을 편하게 해 준다.

 

옅은 안개 속 솔잎이 더욱 프르다.

 

비 온 뒤라 바위가 젖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거의 다 마른 상태.

위로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더니, 치마바위 밑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코앞에 있는 정상. 안개가 짙어져 희미한 윤곽만 간신히 볼 수 있다.

 

정상 우회로. 비온 뒤에 안개까지 끼었으니 역시 안전한 길로 ㅡㅡ;;

안개 속 길은 신비롭다. 어딘가 먼 세계로 이어질 듯한 환상.

 

음지에 고운 자태를 드러낸 이끼와 고사리순.

 

껍질 벗겨진 소나무가 있어서 다가가 보니, 벌레가 먹었나 보다. 기어다닌 자리가 선명하다.

 

맑은 날에는 멀리 한강까지 보이는데, 안개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흉물스런 공사현장도 보이지 않고, 자동차 소음만이 시끄럽게, 이곳이 도심임을 알린다.

 

물방울 머금은 이끼.

 

 안개 속에 태양이 붉다.

 사진을 찍고 나니 붉은 태양은 사라지고 없다.

 

 비 온 뒤라 바위 위로 물이 힘차게 흐른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까지...자연의 음악이 마음을 울린다.

 

 서울 복판에 있는 산이라고 사람들은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북한산이 얼마나 험준한지는 가보면 알 수 있다.

안개 속에서 더욱 웅장한 암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