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끼적 잡동사니

미디어법안이 일자리라는 광고를 보고

-달 곰- 2009. 3. 18. 22:22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 옆구리에 왜나라당에서 낸 광고가 붙어 있다.

"미디어법안, 우리의 일자리입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젊은이들이 여럿 활짝 웃고 있다.

정말 그렇게 웃고 싶은지, 고작 돈 몇푼에 그러고 싶은지 화가 났다.

하긴 시급 몇천원에 영혼을 파는 자들도 있는데, 광고 모델은 좀 짭짤하려나...등등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보는 젊은이들이, 콕 집어 20대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봐 걱정된다는 것이다.

일자리라는 말에 현혹되어서 또 제 발등 찍는 짓을 되풀이할까 두렵다.

대운하 삽질하면 일자리 생긴다더니, 인턴제 시행으로 일자리 늘린다더니....

그런 헛공약에 고스란히 속으면서도 또 속을까 두렵다.

정말로 미디어법이라는 MB 악법이 저들을 위한 법이라 착각할까 두렵다.

 

 

87년, 뉴스에서는 날마다 화염 가득한 거리를 보여주었다.

대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정권퇴진 구호를 외치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왜 그렇게 거리로 뛰쳐나와야 했는지, 왜 피흘리며 목숨 걸고 싸워야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빨갱이니 폭력이니 하면서 그들을 매도하기 바빴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알 길이 없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고, 정보를 얻을 길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른들은 뉴스를 보며 대학생들을 욕하기 바빴다.

 

그래 놓고는 지금 그들은 누구보다도 그 희생의 열매를 즐기고 있지는 않은가?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민주주의를 마음껏 향유하며 세상에 무관심하게 살아온 20대들은 어떤가?

88만원 세대라며 개탄하지만 정작 그것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지?

그저 또 누군가 피 흘려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나도 그렇게 무임승차를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중동이 방송을 하게 된다면...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진자들을 비판하는 사람은 모두 빨갱이요, 정부를 비판하는 자는 국가전복 세력이며, 미국을 욕하는 자는 죄다 간첩으로 몰릴 것 아닌가?

 

 

만약 왜나라당이 낸 그 광고를 보고 정말로 미디어법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믿어버린다면

(정보가 흘러넘치는 인터넷 시대에 말이다)

몇 개 안 되는 일자리라도 생겨서, 그저 혼자만 경쟁에 이겨 살아남으면 남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믿는다면....

솔직한 심정으로 그런 자들에게는 88만원조차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