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법곳간의 빗장을 풀다 -25. 소욕지족少慾知足
25. 소욕지족少慾知足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을 보내느라고 모두들 어지간히 힘들어 하였습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더운 것은 산속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사는 산방山房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보던 책을 밀쳐놓고 잠시 도량道場 밖을 경행輕行이라도 하노라면 해마다 그 정도를 더해가는 우리 이웃들의 피서행렬을 만나게 됩니다. 불과 1~2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한 넘치는 자가용의 러쉬, 원색의 의상, 그들이 남기고 간 깡통과 비닐과 오물 등으로 내가 사는 금정산金井山은 여름이 다가도록 내내 몸살을 앓습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이 나라 전 국토의 산과 강과 바다가 거의 비슷한 몰골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며 악취 풍기는 쓰레기 더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서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빈곤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부처님께서 『유교경遺敎經』에 이르시기를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고뇌苦惱도 많고, 욕심이 적은 사람은 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근심 걱정도 적으며, 두려움이 없고 하는 일에 여유가 있어 마침내는 고뇌가 말끔히 사라진 해탈의 경지에 들게 되는데 이것을 ‘소욕少慾’(작은 욕심)이라 한다. 만약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먼저 만족할 줄을 알라. 넉넉함을 아는 것은 부유하고 즐거우며 안온하다. 그런 사람은 비록 맨땅 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편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설사 천상에 있을지라도 그 뜻에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것 같지만 사실은 부유하다. 이것을 가리켜 지족知足이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소욕지족少慾知足, 즉 「적은 것으로 넉넉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로 공자의 제1제자 안회는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더라.”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어디를 가나 물질의 홍수에 떠밀려 살다보니 정작 간직해야 할 작은 것을 아끼고 소중히 할 줄 아는 그 정신마저 깡그리 잊어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은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릅니다. 그것들을 고마워할 줄도, 귀히 여길 줄도 모릅니다. 그리곤 늘상 모자라고 목마르며 더 큰 것,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향向해 구멍 난 욕망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합니다. 우리보다 적게 가지고, 모자라면서도 우리보다 지혜롭게, 여유롭게 살았던 조상들의 생활生活의 여백이 아쉬워지는 오늘입니다.
가진 자에게는 잃는 일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가지지 않은 자에게는 가질 것이라는 희망과 꿈이 있어 행복합니다. ‘적은 것으로 넉넉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웁시다.